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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ungsoo Exhibition

이성수 展 / My Cat, My Schrödinger
feat. 육근병

◼전시기간 : 2023.01.12-02.05

◼    :  회화, 설치, 영상 50여점

◼관람시간 : 11:00 – 18:00

◼전시장소 : 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28 

                       사이아트센터 B1, 1F, 2F

◼전시정보shorturl.at/nFLM1

◼      : 2023.01.22(), 23()

◼      : 갤러리 02-3663-7537

이성수, 육근병의 대화

 

Introduction

록뮤지션이 반려묘와 함께 지내며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일기 쓰듯 기록해 온 작업들이 이번 전시에서 왜 과학과 철학의 언어로 읽혀질 필요가 있는가의 문제는 의문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아티스트 이성수의 작업 속에는 매일 반려묘를 바라보는 가운데 느끼게 된 세밀한 감각과 정서만 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산다는 것, 살아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깊은 통찰이 밑받침되어 있다는 점은 이성수의 작업과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성을 발견하도록 만든다. 

 

이번 전시가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이야기에서 시작하게 된 것은 살아있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을 상호작용과 관계로부터 찾아가고 있는 아티스트와 과학자의 태도에서 차이점과 공유점을 서로 비교하면서 이를 토대로 하여 전시를 진행하기 위함이며, 결과적으로 이 전시 공간 자체가 관객과의 상호작용하는 장소가 되고 전시 현장에서의 관계 속에서 발생될 수 있는 여러 사건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이성수 작가를 최초로 발견하고 발굴해낸 이는 다름아닌 육근병 작가이다. 육근병 작가는 이성수 작가의 영상물에 출연함으로써 이성수 작가에 대한 관찰자로 관계하며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드러내 보여주게 되는데 이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어떤 방식으로 이성수의 고양이의 복선으로 작용하고 있는가를 시사하는 지점이 되고 있다.

 

Part I-I Waves & Dreams

이성수 작가의 반려묘 이름은 꾸미(dreams)이다. 이곳은 꿈처럼 현실 이전의 상태이자 물질 이전의 상태일 수 있는 일종의 알고리즘이자 파동과 같은 영역들을 상상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만남의 시작이며 이는 곧 다음 장의 울림과 소리의 영역과 그대로 연결된다

 

Part I-II Waves & Sounds

울림과 소리로 드러나게 되는 파동은 존재의 시원이자 원인이다. 공간 전체에 편만해져 있는 울림은 거대한 에너지로 전해진다. 이 에너지는 존재의 경계 너머, 현실 또는 물질과 몸의 경계 너머로부터 시작된 것일 수 있으며 이성수의 음악은 이 에너지의 환영일 수 있다.

 

Part II-I Particles & Hearts <2F. Gallery The Flux>

만남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파동에서 입자로 현현되는 것은 물질적 존재만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움직임이자 생명을 만들어내고 살아있게 만드는 감동의 순간들이다.

 

Part II- II Particles & Layers <2F. Gallery The Flow>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 숨쉬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들은 어쩌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중첩되어 있는지 모른다. 기억에 남아 있는 순간들은 서로 다른 순간들임에도 매번 같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Part III Interactive Connections <2F. Gallery The Flow next room>

만난다는 것, 소통한다는 것이 바로 존재한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임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항상 시간은 흐르고 공간은 변화하고 있지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소통한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일 뿐만 아니라 특정한 순간에 대해 의미를 발생시키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Hope 희망] 2021_14.8⨯21 cm_연필, 크래프트
[We have everything 모든 걸 가지다] 2021_14.8⨯21 cm_연필, 크래프트


[Fragmented World조각난 세상] 2020_14.8⨯21 cm_연필, 크래프트
[Ladybug무당벌레] 2020_14.8⨯21 cm_연필, 크래프트

고양이 꾸미와 집사 이성수의 코로나 팬데믹 생존기”

 

팬데믹과 셧다운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예정되어 있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뮤지션이자 공연예술가인 나의 일상은 순식간에 일시 정지상태가 되어 버렸다. 음악이 멈추고 조명은 꺼졌다. 무대에서 만나던 관객들 그리고 동료들과도 이별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막이 내려져버렸다. 미처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했는데, 기약도없이.

 

독 안에 든 쥐

칩거 생활이 하루하루 늘어날수록 무기력과 불안감만 차곡차곡 쌓여갔다.

도돌이표처럼 똑같은 하루의 반복 속에서, 신곡 작업에 집중하자던 애초의 파이팅도 어느새 시들해졌다.

독 안에 든 쥐가 된 것 같았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동거묘 꾸미는 그 어느 때보다 호시절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독 안에 든 집사와 고양이

내 기상 시간이 점점 늦어지던 무렵, 극성스럽게 나를 깨우는 꾸미의 눈망울을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십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공간에서 살아온 고양이가 어째서 매일 아침이 저리도 반가운지 그리고 어떻게 매 순간을 저토록 큰 기대와 놀라움을 가지고 맞이할 수 있는지. 하늘, 아니 지붕아래 뭐 그리 새로운 것이 있다고.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새롭다

내 궁금증은 꾸미를 온종일 지켜보고 또 꾸미처럼 보고 느끼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좁은 창틀 속의 하늘은 넷플릭스보다 더 자주 업데이트가 되었고, 끝없이 꽃이 피고지는 작은 화분 속의 장미 나무는 마법의 숲이었다. 꾸미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고 사라져버린 레이디버그의 미스터리는 또 어떻고. 매일 매 순간이 새롭고 놀라운 경험으로 가득했다.

 

닳지 않는 마음으로

그 중에서도 가장 경이로웠던 것은 꾸미의 좀처럼 닳지 않는 마음이었는데, 나는 그 닳지 않는 마음이 몹시 부러웠고 또 슬그머니 부끄러워졌다.

뭉뚝해진 채 쳐 박혀있던 연필 한 자루를 찾아낸 나는 사각사각 그 끝을 다듬은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매일 새롭게 찾아올 순간들을 온전히 맞이하기 위해, 닳지 않는 마음으로.

 

오늘이 우리 인생의 첫 번째 날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1월1일부터 매일 아침 한 장씩 그린 그림들이 어느새 천장을 훌쩍 넘어간다. 지난 3년 동안 꾸미는 나에게 좋은 친구였고 변화무쌍한 풍경이자 흥미진진한 관찰 대상이기도 했다. 바라건대, 나 역시 꾸미에게 좋은 친구이자 충실한 집사였기를. 그리고 지루한 관찰대상이 아니었기를.

 

이성수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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